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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망 이용료, 왜 안 낼까①] 글로벌 IT공룡 무임승차에 우는 이통사

[편집자주]인터넷은 각지에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수많은 장비가 자율적인 선택에 따라 서로 연결되면서 구성된다. 현대 IT의 금자탑은 끝없는 연결로 짜인 이 가상공간 네트워크 위에 세워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는 월드와이드웹(WWW)부터 모바일 앱과 VoIP 통화까지 모두 인터넷 연결로 사용한다. IT의 발달과 인터넷 생태계의 확산에 따라 망(네트워크) 관련 논의는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글로벌 IT공룡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장을 장악하며 망 이용 대가 논란이 불거진다. 또 5G 시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추구하면서 망 중립성 원칙이 흔들린다. 망을 둘러싼 케케묵은 갈등이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파워사다리

글로벌 IT기업의 망 이용 대가 관련 논란이 격화된다. /사진=로이터
글로벌 IT기업의 망 이용 대가 관련 논란이 격화된다. /사진=로이터

지난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진행한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글로벌 OTT(인터넷 동영상 서비스) 기업 넷플릭스에 대한 집중포화가 쏟아졌다. 여야를 막론하고 넷플릭스의 ‘망 무임승차’ 논란에 대한 추궁을 이어갔다. 국내 망에 막대한 트래픽을 유발하면서도 그에 상응하는 비용을 전혀 내지 않고 있다는 이유다.

논의는 시작부터 한계가 있었다. 당초 과방위는 레지날드 숀 톰슨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 대표를 국감 증인으로 신청했으나 해외 체류를 사유로 불출석했다. 실무진인 연주환 팀장이 대리자로 나왔지만 “전세계 수천 개 ISP(인터넷서비스제공업체)와 협업 중인데 ‘국내 ISP들이 요구하는 형태’의 망 이용 대가를 내고 있진 않다”는 모호한 답변만 돌아왔다.

SKB vs 넷플릭스, 망 이용료 법정 공방

뒤이어 지난달 말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0민사부(합의)에서는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의 SK브로드밴드에 대한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 첫 변론기일이 진행됐다. 망 이용 대가 논란 전반을 압축해놓은 듯한 이번 소송에서 넷플릭스 측은 김앤장을, SK브로드밴드 측은 세종을 각각 법률대리인으로 선임했다. 김앤장은 방통위와 페이스북 간 망 품질 관리 책임 소재를 둘러싼 법정 공방에서 페이스북의 대리인을 맡아 최근 2심까지 승소를 거둔 바 있다.소 제기자가 넷플릭스인 것은 이 회사의 꼼수다. 지난해 11월 SK브로드밴드는 방통위에 넷플릭스와 망 이용료 협상을 중재해달라는 내용의 재정 신청을 냈다. 그러자 넷플릭스는 지난 4월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이 소송을 제기했다. 당사자 일방의 소송이 제기되면 재정 절차를 중지한다는 규정에 따라 방통위는 손을 뗐다. ‘패싱’당한 셈이다.

이번 소송에서 넷플릭스 측은 국내 통신사 등 ISP에 망 이용료를 낼 이유가 없을뿐더러 상대의 주장은 CP(콘텐츠제공업체)에 대한 책임 전가라고 주장한다. 망 이용 대가를 ‘접속료’와 ‘전송료’로 구분해 인터넷 이용자와 CP가 계약에 따라 ISP에게 접속료를 내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뒤 전송 과정에 대한 비용(전송료)은 ISP가 담당할 몫이라는 의견이다. SK브로드밴드의 요구는 망 중립성 원칙에도 위배되며 결과적으로 이중 과금이라는 것이다.

SKB 상대로 제기한 소송의 첫 변론기일과 같은 날,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의 제작과정을 조명하는 웨비나를 개최했다. /사진제공=넷플릭스
SKB 상대로 제기한 소송의 첫 변론기일과 같은 날,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의 제작과정을 조명하는 웨비나를 개최했다. /사진제공=넷플릭스

또한 넷플릭스 측은 한국 서비스 시작 이전부터 오픈커넥트(OCA) 프로그램을 통한 캐시서버 무상 제공을 SK브로드밴드에 수차례 제안하는 등 꾸준히 협의를 진행해왔다고 강조했다. ISP가 캐시서버를 설치해 소비자와 최대한 가까운 위치에 콘텐츠를 저장함으로써 비용을 절감하고 네트워크 혼잡을 줄일 수 있는 윈-윈 프로그램이라는 설명이다.파워볼게임

넷플릭스 관계자는 “1차 변론을 통해 소송 당사자 청구 및 주장 내용에 대한 확인이 이뤄졌다”면서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의 중요한 파트너인 만큼 가능한 범위에서 공동의 이용자를 위한 협력방안을 계속 모색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해외에선 낸다? 글로벌 IT공룡들 한국 차별하나

넷플릭스의 이런 주장에 대해 SK브로드밴드는 인터넷망이 지닌 양면시장(two-sided market)의 특성을 간과했다고 지적한다. 양면시장은 특정 플랫폼 사업자가 서로 다른 두 그룹을 매개하는 시장을 말한다. 가맹점과 카드 이용자 사이의 신용카드사와 부동산 매도자와 매수자를 잇는 중개업 등이 플랫폼의 예시다. CP와 이용자 사이에 있는 통신사 역시 이 범주에 들어간다는 견해다.

예를 들어 신용카드사가 가맹점에 상대적으로 높은 수수료를 부과하고 소비자에게는 그보다 낮은 요금을 부과하는 것도 양측의 경쟁 강도와 수요 등을 고려한 선택이다. 이런 관점에서 ISP는 CP와 인터넷 이용자를 매개하는 데 투입되는 망 투자비를 회수하기 위해 CP에 대가를 요구할 수 있고 이는 시장 전체의 편익이 극대화되는 지점을 모색한 결과라는 주장이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전송료에 대한 기본 원칙은 존재하지 않으며 전송이라는 개념 자체가 망 이용에서 별도로 구분될 수 없다. 망 중립성 원칙은 트래픽을 차별 취급하지 말라는 것일 뿐 망 이용 대가를 받지 말라는 내용이 아니다”라며 “넷플릭스가 망을 무상으로 이용하면서 이익을 얻고 있고 이로 인해 우리가 손실을 입고 있으므로 부당이득이 성립된다”고 말했다.

한국인 넷플릭스 월 결제액 추이 /자료=와이즈앱, 그래픽=김민준 기자
한국인 넷플릭스 월 결제액 추이 /자료=와이즈앱, 그래픽=김민준 기자

더욱이 SK브로드밴드에 따르면 넷플릭스가 해외에서 망 이용 대가를 지불한 사례도 존재한다. 먼저 넷플릭스는 지난 2014년 ▲컴캐스트 ▲AT&T▲버라이즌 ▲타임워너케이블 등 미국 내 주요 ISP와 이미 망 이용 대가 지급 계약을 체결했다.하나파워볼

미국 내에서 비교적 규모가 작은 ISP들은 넷플릭스의 캐시서버 정책을 받아들여 망 이용 대가를 받지 않기로 했으나 주요 ISP들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넷플릭스가 콘텐츠 품질을 풀HD급으로 일괄 상향하면서 트래픽 지체 현상이 심화됐고, 결국 주요 ISP와 망 이용 대가 지급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나아가 최근 미국 워싱턴 연방항소법원에서도 CP가 ISP에게 망 이용 대가를 정상적으로 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미국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마찬가지다. 프랑스 최대 통신사 ‘오랑쥬’ 역시 넷플릭스에게 망 이용 대가를 받는다. 넷플릭스 못지않게 트래픽을 유발하는 구글 유튜브 역시 오랑쥬와는 망 이용 계약을 맺은 상태다. 구글과 넷플릭스 모두 프랑스에 서버를 두고 ISP와 직접 연결한다. 글로벌 IT공룡이 한국에서는 거짓말을 하고 있는 셈이다.한 이통사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 대상으로 망 이용 대가를 받아내기에는 허들이 많다. 아쉬운 쪽은 우리다. ‘을’이기 때문이다. 만약 넷플릭스나 유튜브가 철수한다고 하면 그 뒷감당은 누가 하겠는가”라며 “이런 현실에서 사업자 간 협상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망 이용료를 합당한 수준으로 받아낼 수 있도록 법적 근거가 구체적으로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팽동현 기자 dh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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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범 관계부처 움직임은

[서울신문]“하나부터 열까지 다 뜯어고친다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들여다보고 있지만 소년범 문제는 정답을 찾기가 쉽지 않아요.”

법무부 소년보호혁신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의 설명이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혁신위는 외부 전문가들과 머리를 맞대 현행 소년사법제도 개선을 위한 정책 제언을 모으겠다는 취지로 지난 4월 출범했다. 매달 권고안을 낼 계획이었지만 현안마다 위원들의 이견이 커 녹록지 않다. 지금까지 권고안은 소년원 급식비 인상을 비롯해 총 3차례 나왔다.

소년법 개정 주장은 오래전부터 제기됐지만 정부가 본격적으로 소년사법에 관심을 둔 건 최근 몇 년 사이의 일이다. 관계부처 10곳(법무부·기획재정부·교육부·행정안전부·문화체육관광부·보건복지부·여성가족부·방송통신위원회·경찰청·산림청)은 2018년 첫 종합대책인 ‘소년비행예방 기본계획(2019~2023년)’을 냈다. 주무부처인 법무부는 2017년 소년비행예방팀 설치를 시작으로 부랴부랴 소년사법 사각지대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그전까지는 소년원·분류심사원 관리를 전담하는 부서만 있어서 소년범 사전·사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 이에 비행예방교육 프로그램과 보호관찰 청소년 지도·감독 매뉴얼 등을 개발하고 운영에 나섰다.

정부는 소년보호시설 처우도 점진적으로 개선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만성적으로 정원이 초과돼 있는 수도권 소년원을 일부 증축하고, 경기북부소년분류심사원을 추가 설치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다만 막대한 예산 확보와 지역사회의 반발은 극복해야 할 문제다. 서울신문이 만난 소년보호시설 관계자들은 “시설을 새로 짓는 과정에서 주민들의 차가운 시선과 반대에 부딪혔다”고 털어놓았다.

실질적인 소년법 개정으로 나아가기 위한 준비 작업도 이뤄지고 있다. 아직 국회에서 발의된 소년법 개정안 속 촉법소년 연령 하향, 피해자 보호 조치 등과 관련된 개정 논의까지 다다르지는 못했지만 법무부는 작은 조항부터 손보고 있다. 최근에는 소년보호시설 내 응급상황 발생 시 간호사의 경미한 의료행위를 허용하는 내용 등을 담은 보호소년법 개정안을 입법해 지난달 공포했다.

사법부에서도 소년사법제도 개선 논의가 한창이다.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지난 7월 2기 보호사법 연구반을 다시 꾸렸다. 법원 관계자는 “현재 소년법과 관련 규칙 및 예규를 전반적으로 검토하면서 개선이 필요한 사항을 발굴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선민 기자 js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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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은 어떻게 처벌하고 관리하나

[서울신문]소년을 얼마나, 어떻게 처벌해야 범죄를 줄일 수 있을까. 이는 한국보다 훨씬 먼저 소년사법체계가 자리잡은 외국에서도 여전히 답이 없는 난제다.

여러 국가가 소년범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적절한 교화 사이에서 형사처벌 연령을 하향하거나 상향하고, 이들의 처우를 고민한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한국보다 형사처벌 가능 연령이 낮거나 구금을 많이 하는 국가에서도 소년범죄는 끊이지 않는다. 엄벌주의만으로는 범죄의 고리를 끊을 수 없다는 뜻이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소년강력범에 대한 외국의 대응 동향’에 따르면 한국과 가장 비슷한 소년사법체계를 가진 곳은 일본이다.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 연령이 한국처럼 14세 이상이고, 이후 사법 절차도 흡사하다. 다만 일본에선 소년에 대한 사형도 가능하다. 2000년 소년법을 개정하면서 16세 이상이 살인을 저지를 경우 일반 형사재판에 넘긴다는 조항을 신설했고, 실제 만 18세 소년이 사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미국은 전 세계 국가 중 형사처벌 연령이 비교적 낮은 편에 속한다. 주마다 다르지만 6세부터 처벌할 수 있는 곳도 있다. 미국에서도 소년의 강력범죄 대응 방안을 놓고 논쟁이 이어지고 있지만, 2017년 뉴욕주에서는 형사처벌 연령을 오히려 상향하는 입법안이 통과됐다. 엄벌이 필요하다는 일각의 주장이 있지만 이 방식으로는 소년범죄를 줄일 수 없다는 의견에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형사 절차 이외에 상대방과의 관계 회복을 돕는 ‘회복적 정의 모델’을 도입한 국가도 있다. 학교폭력 등에서 단순히 폭력 가해자를 처벌하는 것 외에 피해자와의 관계 회복을 도와 진짜 ‘사회화’하는 데 중점을 둔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이유진 연구위원은 “뉴질랜드 현지에서 회복적 사법 모델로 유명한 학교에 방문했는데, 이후 전학 건수가 0건이 됐다고 했다”며 “화해를 통해 학교 생활을 원만히 하게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가해자에 대한 징계·전학만 강조한다. 아이가 잘못을 깨닫지 못하고 다른 학교에 간다고 갑자기 행동이 바뀌겠느냐”며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피해자와 화해할 수 있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형사책임 연령을 15세로 보는 노르웨이 등 북유럽에서는 소년범에 대해 ‘복지적’ 개입을 한다. 이는 18세 미만 아동의 모든 권리를 담은 국제적 인권조약인 유엔 아동권리협약과도 일맥상통한다. 이 협약 37조는 “만 18세 미만의 아동에게 사형과 종신형을 선고해선 안 되며, 또한 이들을 18세 이상의 범죄자와 동일한 교정시설에 수용해서도 안 된다”고 명시한다.

따로 소년범을 관리할 부처나 기관을 둔 국가도 있다. 독일의 경우 14세 이상 범죄소년에 대한 처리는 형벌이든 보호처분이든 모두 ‘소년법원’에서 담당하고, 이 안에서 교육과 징계 처분, 소년형(소년교도소)이 구분된다. 또 18세부터 21세를 ‘청년층’으로 분류해 이들까지 소년법을 적용받게 했다(한국은 14~19세). 소년사법절차와 성인사법절차 중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다. 독일도 1990년대 엄벌화 논의를 거쳤으나, 이후 강력처벌보다는 징계처분을 실효성 있게 운영할 수 있는 방향으로 변했다. 박종택 수원가정법원장은 “독일의 소년법원에 가 봤더니 아이 한 명을 두고 판검사와 부모, 교사, 마약치료사, 사회복지사 등이 ‘한 팀’이 돼 철저히 관리하더라”면서 “한 번의 보호처분으로 아이에 대한 모든 처벌을 끝내고 사후 관리는 없는 한국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실제 2017년 국민적 공분을 샀던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은 관련 기관 간 정보가 공유되지 않아 체계적인 감독에 실패한 대표적 사례다. 당시 이들은 보호관찰 대상이었는데도 초기 비행 때 보호관찰소가 폭행 사실을 몰랐고, 경찰도 이들이 보호관찰을 받고 있음을 뒤늦게 알았다.

수년간 소년범죄를 다루며 직접 국내에 청소년 회복센터(사법형 그룹홈)를 도입한 천종호 부산지법 부장판사 역시 “아이들은 처벌 뒤에도 ‘왕따’가 되기 싫어 원래의 무리로 돌아가 재비행을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나무도 10년간 한쪽으로만 휘어져서 자랐으면 그걸 바꾸는 데 또 10년이 걸리지 않겠느냐”며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망가진 세월만큼 오랜 기간 관심을 두고 회복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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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경제 3법 1일1법 파고들기
⑤전분야 집단소송·징벌배상제

김두얼 교수, 징벌적 손배 도입 전 선결과제 지적

김두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김두얼 교수 제공
김두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김두얼 교수 제공

“문제는 손해액을 산정하는 법원입니다.”

김두얼 명지대 교수(경제학·법경제학회장)는 정부의 징벌적 손해배상 전면 확대안에 부정적이다. 제도를 도입하기 전에 풀어야 할 선결 과제가 있다는 게 그의 판단 근거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하도급법 등 일부 법령에 순차적으로 반영돼 왔다. 정부는 이번에 기업 상거래의 기본법 성격인 상법에 이 제도를 반영해 모든 상거래에 적용하려 한다.

김 교수는 17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법원은 ‘전보적 손해배상(실제 발생한 손해를 포괄적으로 배상하는 것을 가리킴) 원칙에 따라 손해배상액을 정하지만, 국민은 이것이 실제 입은 손해에 턱없이 미치지 못한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징벌적 배상의 전제인 손해액 산정 자체를 법원이 소극적으로 하고 있다는 뜻이다.

김 교수의 지적은 이미 하도급법 등에 도입된 징벌적 손해배상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는 이유와도 맞닿아 있다. 김정환 사법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이 지난해 발표한 ‘징벌적 손해배상의 적정한 운영방안에 관한 연구’를 보면, 하도급거래와 가맹사업거래 등에 이미 징벌적 손배 제도가 도입됐으나 실제 관련 손해배상을 청구한 건수는 2011년부터 2019년까지 12건이며 징벌적 손해배상이 인정된 건수는 고작 2건에 그친다. 이마저도 현행법상 최대 배율인 3배가 아닌 1.5배로 감액됐다.

김 교수는 “판사들이 배상액을 산정할 때 참고하는 매뉴얼이나 지침의 가장 보편적인 방식이 판례”라며 “판사들은 손해액이 아니라 실제 지급액이 얼마여야 하는지를 고려하는 탓에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도입되더라도 실제 배상액은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고 짚었다. 예를 들어 1억원의 손해를 입은 원고가 최대 5배까지 적용 가능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근거로 5억원을 요청하더라도 판사가 과거 판례의 지급액을 고려해 손해액을 2천만원으로 낮춰 계산한 뒤 5배를 적용한 1억원을 적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김 교수는 “법원의 손해배상 산정 기준을 정상화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산정 기준 정상화 역시 험난한 길이 될 것이란 예상도 있다. 최한수 경북대 교수(경제통상학)는 “대법원이 기존 판례를 수정하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창민 한양대 교수(경제학)도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과 법원의 손해배상 기준 정상화가 함께 가야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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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투기자본 먹잇감? 소수주주 등돌리자 엘리엇도 떠났다 / “재계 먹튀론 거론은 제살 깎아먹는 얘기”

② 애플은 구글 CEO 출신이 이사회 의장인데…우리 재계는 ‘스파이’ 걱정 / “다른 감사위원들이 견제하는데 정보 유출? 말도 안되는 주장”

③ 주주대표소송 연 2건에 불과한데…다중대표소송 남발될까 / 계열사 돈을 주머닛돈 빼쓰듯…총수 일가 횡령 막을 장치 필요

④ ‘내부거래 규제’ 피하는 방법, 재벌들은 다 알고 있었다 / 현대글로비스, 총수일가 지분율 29.999997% 왜?ⓒ 한겨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미술 치유’ 유튜버 이모르씨 조언
환자들 초청 내면 함께 그린 영상 올려
18만명 구독.. ‘동병상련’ 커뮤니티 돼
“솔직히 털어놓고 경청해야 서로 위안”

우울증을 주제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이모르씨(오른쪽)는 우울감을 겪는 구독자들과 함께 그림을 그리면서 그들이 자기감정을 직시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모르씨 제공
우울증을 주제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이모르씨(오른쪽)는 우울감을 겪는 구독자들과 함께 그림을 그리면서 그들이 자기감정을 직시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모르씨 제공

우울증은 도둑처럼 찾아온다. 원인이 선명히 보이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사람을 가리지도 않는다. 그래서 ‘마음의 감기’라 불린다.

“우스갯소리 같지만 우울증 앞에선 누구나 평등한 것 같아요. 돈이 많든 적든, 나이가 많든 적든 모두에게 찾아가죠. 감기처럼요.”

우울증과 그림 그리기를 주제로 구독자 18만명 규모의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크리에이터 이모르(34)씨 말이다. 여태껏 그가 우울증을 겪는 이들과 나란히 앉아 그림을 그리는 ‘쇼미더드로잉’ 코너로 온 신청서는 모두 2000여통. 각종 사연을 접하면서 그가 느낀 바는 하나다. ‘아, 사람은 다 똑같구나.’

17일 서울 마포구의 한 작업실에서 만난 그는 “우울증은 어쩌면 피할 수 없는 삶의 일부분일지 모른다”고 말했다. 꼭 커다란 사건을 겪어서가 아니라 일상에서 누구나 마주할 수 있는 ‘보통의 감정’이란 것이다. 그 역시 정신병원에 두 번이나 입원하는 등 우울증을 앓았다. 지금도 때로 항우울제와 수면제를 먹지만 감정기복이 시시각각 출렁이던 20대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나아졌다고 한다.

“우울을 말하고, 표현하고, 나누면서 크게 호전됐어요. 그림을 그리면서 내 감정이 어떠한 상태인지 깨달은 것이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누구나 겪는 일인 만큼 누구나 나아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는 얼마 전 우울증을 극복한 경험을 담은 에세이집 ‘내 우울함이 내 개성이라면’(책비)을 펴냈다. 유튜브 콘텐츠를 만들고 책까지 써가며 그가 말하려는 메시지는 간단하다. “적어도 혼자 외롭지만 말자.” 어느샌가 그의 유튜브 채널이 일종의 우울증 커뮤니티가 됐지만 섣부른 충고나 위로는 되도록 피한다. 책에도 ‘나는 이랬다’만 담았다.

“우울증을 앓아도 각자 상황이 다 달라요. 위로나 처방이랍시고 ‘이렇게 고쳐라’거나 ‘마음을 바꿔보라’ 하는 건 듣는 입장에선 조금 오지랖처럼 느껴질 수 있어요. 우울증을 앓는다면 특히나 더 그렇죠. 제가 그랬거든요. 그래서 내 이야기만 하려 노력했어요. 제가 겪어보니 우선 나의 이야기를 솔직히 털어놓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것에서 진짜 위로를 얻게 되더라고요.”

그는 혹여 우울감이 느껴진다면 우선 자기감정을 형상화하고 이를 곧이 바라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림이 좋지만 글을 써보는 것도, 말로 떠들어보는 것도 괜찮다. 어떻게든 “가열된 압력솥처럼 증기를 빼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는 누가 알려주거나 공부해서 안 것이 아니다. 삶에서 길어올려 스스로 터득했다.

“사람들은 남에게 자신의 약점이나 힘든 경험을 말하는 것을 기피하죠. 약물치료나 상담치료가 정 꺼려진다면 가족이나 친구에게 ‘내가 지금 이런 것 같고 이런 생각이 든다’ 한번 털어놔 보세요. 우울감을 이겨내려면 일단 감정을 ‘해소’하는 연습부터 해야 합니다. 한결 편안해질 수 있을 거예요.”

이창수 기자 winterock@segye.comⓒ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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