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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안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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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 안세진 기자 =정부가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전세뿐만 아니라 월세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전세보증금을 월세로 바꿀 때 적용되는 비율을 낮췄는데, 이에 대해 업게에선 의견이 분분하다. 대체로 임대인과 임차인 간 합의점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어서 기준점을 제시해줬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었으나, 월세 보증금 상승 등 우려의 목소리도 들려왔다.파워볼엔트리

◇전월세전환율 인하=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최근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령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이달 29일부터 전세 보증금을 월세로 바꿀 때 적용되는 비율인 전월세전환율이 4%에서 2.5%로 낮아진다.

전월세전환율은 전세 보증금의 전부나 일부를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되는 산정율이다. 역으로 월세를 전세로 바꿀 때는 적용되지 않는다.

국토부는 “현재 시중금리 수준을 감안할 때 전월세전환율이 과도하게 높아 서민주거비 부담 완화를 위해 하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개정 취지를 밝혔다.

예컨대 보증금 5억원인 전세를 보증금을 3억원으로 낮추고 나머지(2억원)를 월세로 전환한다고 했을 때 전월세전환율이 2.5%가 적용되면 월세는 2억원X2.5%/12, 즉 41만6000원이 된다.

사진=안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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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점 제시 필요”vs“보증부 월세 감소”=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긍정과 부정의 목소리가 동시에 들려오고 있다. 일각에선 보증부 월세 물량의 감소와 월세 보증금 상승 우려가 세어나왔다. 보증부 월세란 전세보증금을 인하해 집주인이 세입자에 반환하고 그 차액분과 상승분을 월세로 전환하는 방식을 말한다.파워볼사이트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시장에서 전월세전환율 상한제라는 규정은 사문화돼 있다. 기존 임대차 계약을 수정할 때 적용되는 개념으로 새로 임대차 계약을 맺을 경우엔 의미가 없기 때문”이라며 “보증부 월세의 공급도 줄어들 수 있고 새로운 임차인과 계약할 때 임차보증금 월세를 올릴 수 있는 만큼 높게 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반대로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이같은 기준을 제시할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었다. 임대인과 임차인 간에 합의점을 찾아갈 수 있는 기준점이 되어준다는 판단에서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실효성이 없어 보일 수는 있다. 다만 기준점을 제시하는 건 옳다고 본다”며 “4%가 됐든 2.5%가 됐든 기준점이 주어지면 이를 근거로 시장에서는 나름대로의 합의점을 찾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준금리가 주어져도 어떤 은행에서는 그 이상을 받는 데도 있다. 전월세전환율도 마찬가지다”라며 “수요가 많은 인기 지역에서는 전환율이 보다 높게 형성될 수도 있다. 지역 특성에 따라 조정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강훈 변호사는 “월세를 사는 사람들이 안전하게 거주하게 하기 위해 기준점을 잡는 방향에서 필요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언론에 보도되거나 보도를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전세보증금을 조달할 능력이 된다. 이들의 관심은 당연히 전세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월세 사는 사람이 더 많다”며 “이유는 임대인이 월세를 요구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임차인이 전세보증금을 마련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asj0525@kukinews.com

[스페이스 오딧세이] ‘사무실’의 탄생과 변화

CBS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MHz (18:25~20:00)
■ 방송일 : 2020년 9월 23일 (수요일)
■ 진 행 : 정관용(국민대 특임교수)
■ 출연자 : 유현준(홍익대 건축도시대학 교수)

◇ 정관용> 수요일에 꾸며드리는 코너 유현준의 <스페이스 오딧세이> 시간입니다. 오늘은 사무실 공간의 역사, 배치의 어떤 성격, 특성. 그것의 변화 이런 이야기들을 좀 해 보죠. 홍익대 건축도시대학 유현준 교수 어서 오세요.파워볼

◆ 유현준> 안녕하세요.

◇ 정관용> 사무실이 옛날에는 없었겠죠?

◆ 유현준> 그렇죠. 옛날에는 없었죠. 저희가 일터라고 하는 것은 수렵채집 때는 밖에서 뛰노는 거였고.

◇ 정관용> 뛰노는 것은 아니죠.

◆ 유현준> 그렇죠, 목숨 걸고 사냥을 하는 거고 그리고 농경시대 때는 밖에서 농사를 지었다면 사실은 엘빈 토플러가 얘기하는 제3의 물결이 끝난 다음에 어떻게 보면 산업화, 정보화시대가 되면서 사무직이 생겨나고 늘어났죠. 산업혁명 때 사실은 대개 공장에서 일을 하는 것들이 생겨나면서 그때도 실내에서 일하는 것들이 생겨난 거죠. 그런데 이제 근본적인 차이라면 사실은 사무직은 과거에 우리가 일했던 수렵채집이나 농업에 비해서 시간을 맞춰서 살아야 된다는 게 가장 큰 변화인 것 같아요.

◇ 정관용> 시간을 맞춰 살아야 한다?

◆ 유현준> 왜냐하면 과거에는 어떻게 보면 아침 해 뜨면 나가서 일하고 해 지면 들어와서 쉬고. 농한기 때도 쉬고 그랬다면 지금.

◇ 정관용> 겨울에는 농사 못 지으니까.

◆ 유현준> 그렇죠. 그런데 지금은 아침 9시까지 출근을 해야 되잖아요.

◇ 정관용> 그건 그 시간에 모여야 되니까, 또.

◆ 유현준> 그게 시작된 것은 기계를 이용해서 뭔가 생산을 하기 시작하면서 기계가 돌아가는 시간에 사람을 거꾸로 맞추는 일을 시작을 한 거죠.

◇ 정관용> 그리고 전등불이 생기니까 이제 밤중에도 실내에서 일해야 되고.

◆ 유현준> 사실은 이 형광등이라고 하는 게 우리의 작업환경을 상당히 많이 바꾸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우리가 두 가지 방법으로 햇빛을 들어오게 했거든요. 빛이라는 게 인공조명이 별로 없을 때에는 서구사회 같은 경우에는 천장 높이를 되게 높여서 창문을 세로로 길게 찢어야만 했어요, 벽이 지붕을 받치고 있으니까. 그래서 베르사유궁전 같은 데 보면 천장 높이가 되게 높죠. 그런 쾌적한 곳에서 일을 한다든지 아니면 동양 건축.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한 데를 보면 좁고 길게 건물을 만들어서 정원을 끼고서 이렇게 건물이 배치가 되잖아요. 그래서 사실 예전에는 바깥 경치를 많이 보이게 하든지 아니면 천정이 높든지 그런 작업환경이었다면.

◇ 정관용> 태양빛 아니고서는 빛이 없니까.

◆ 유현준> 그런데 지금은 사실은 형광등 불빛 때문에 더 낮은 천장 높이를 갖게 되는 거죠.

◇ 정관용> 그러니까 바깥에서 농사짓고 뙤약볕에 고생하고 하던 사람들이 실내에 들어와 일하니까 좋아졌다라고만 우리는 생각했는데 유 교수 해석에 의하면 그게 또 아니네요.

◆ 유현준> 자연과 완전히 격리된 상태에서 일을 한다 이렇게 볼 수는 있지만

◇ 정관용> 깜았으며 해도 일해야 되고 농한기였던 겨울에도 또 더 일해야 되고 이런 식으로 변한 측면도.

◆ 유현준> 일주일에 한 이틀만 쉬고. 사실 이틀 쉰 지도 얼마 안 됐죠.

◇ 정관용> 하루밖에 안 쉬었죠.

◆ 유현준> 하루밖에 안 쉬었어요, 옛날에는. 계속 일을 해야 되고 그리고 사실은 실내공간이라고 하는 데는 통제도 많이 되잖아요. 그러니까 어떤.

◇ 정관용> 감시도 쉽고.

◆ 유현준> 그러니까요. 이 사람이 장소를 떠나서 다른 데서 일하는 게 아니고 내 눈앞에서 일을 하는 거기 때문에 그 안에서 수직적인 조직이 생기면 어떻게 보면 자리 배치가 딱 그렇잖아요, 사무실의 자리 배치가.

◇ 정관용> 사무실의 기본자리배치는 어떻게 했었죠?

◆ 유현준> 우리나라 아직까지도 무슨 공사나 어떤 행정기관에 가면 자리배치는 높으신 분은 보통 창문을 등지고 앉아 있고 그다음에.

◇ 정관용> 출입문으로부터 가장 먼 데.

◆ 유현준> 그게 우리의 상석이잖아요. 그 얘기는 뭐냐 하면 왔다갔다 동선상에서 그 사람을 감시당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그렇게 한 거거든요. 그래서 실제로 그런 높으신 짱급들은 모니터를 돌려놓고 있어서 일을 하는지 안 하는지도 잘 몰라요. 그래서 그런 것들이 큰 차이점이죠. 더 높으신 분은 자기 독립된 방을 갖고.

◇ 정관용> 아예 방이 있고.

◆ 유현준> 더 높으신 분은 그 방을 들어갈 때 다른 방을 거쳐서 들어가잖아요.

◇ 정관용> 비서실 거쳐서 들어가게 되고. 진짜 일하는지 안 하는지 모르네요, 높을수록. 그런데 하급직일수록 일하는지 안 하는지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배치.

◆ 유현준> 그렇죠. 그게 그냥 보통 일반적으로 맨 말단사원들의 모니터는 대체적으로 상사들이 고개만 들면 딱 보이는 위치에 모니터가 있죠. 그 사람이 상사를 보려면 고개를 돌려서 봐야 되거든요. 그러니까 우리가 테이블을 놓을 때 긴 테이블에 상석이 보통 좁은 쪽이잖아요. 회장님들은 보통 그쪽에 앉으시죠. 그 이유 거기가 상석인 이유는 직사각형의 긴 변에 앉아있는 사람들은 상석에 앉아 있는 사람을 보려면 고개를 돌려서 봐야 됐어요. 좁은 편에 앉아계신 분은 고개만 들면 다 모든 사람들의 옆모습을 다 볼 수 있기 때문에 감시가 가능하고 그래서 거기가 권력자의 자리가 되는 거죠.

◇ 정관용> 심지어는 말씀하신 것처럼 창가에 등을 지고 앉은 부장님이 자기 앞쪽으로 일반 직원들의 책상을 쭉 배치하는데 그 앞쪽에 앉은 직원들이 부장님을 등지고 앉게 되면.

◆ 유현준> 그럼 더 낮은 사람인 거죠.

홍익대 건축도시대학 유현준 교수 (사진=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유튜브 라이브 캡쳐)
홍익대 건축도시대학 유현준 교수 (사진=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유튜브 라이브 캡쳐)

◇ 정관용> 등지고 앉으면 부장님은 말한 대로 고개만 들면 모니터에 무슨 게임기를 틀어놨는지 아닌지가 한눈에 보인다?

◆ 유현준> 딱 그 자리 배치가 예전에 우리 드라마 미생이라는 드라마를 보시면 장그래 말단사원의 책상 배치가 딱 그렇게 돼 있어요. 복도 쪽에 있고 차장님 쪽으로 모니터가 향하게 돼 있는.

◇ 정관용> 딴짓을 못하는 거네요.

◆ 유현준> 딴짓을 할 수가 없죠. 계속해서 감시를 당하는 그런 공간이 되는 거죠. 그래서 사실은 되게 피곤해진 거죠. 시간에 맞춰서 살아야 되는 것도 있고 감시의 눈도 많고.

◇ 정관용> 피라미드 구조랑 비슷하다고 보겠네요. 맨 밑이 넓고 위로 올라갈수록 좁잖아요. 좁은 제일 꼭대기에 부장님이 앉아서 자기 밑으로 모든 사람을 다 볼 수 있게 이렇게 방사형으로 펼쳐놓으면. 그런 구조 아니에요, 기본 사무실 구조가?

◆ 유현준> 기본 사무실 구조는 그렇다고 볼 수 있죠. 시선이 모이는 곳에 있는 사람들이 권력이 많은 사람들의 자리라고 볼 수 있죠.

◇ 정관용> 요즘은 변화가 있잖아요, 그런데?

◆ 유현준> 사무실에 따라서 자기 자리를 안 만드는 그런 데도 있어요. 그래서 자유좌석제 이런 것들도 하는데 실제로 설문조사를 해 보면 반반이더라고요. 좋아하는 사람도 반. 특히 말단사원 경우에도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되게 특이했던 게 좋은 자리가 있잖아요, 항상 창문 등지고 앉는 자리를. 자기가 아무리 아침 일찍 와서 거기 자리를 잡아도 3일 연속으로는 거기 앉기 미안하다는 거예요, 눈치가 보여서. 그리고 협업을 할 때 자기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 어디 앉아 있는지 아침마다 파악을 해야 되고 무엇보다도 심리적으로 독일에서 연구한 결과인데 사람들은 자기 자리가 있을 때 더 안정감을 느낀다는 거예요. 그래서 완전히 자기 자리가 없는 것은 좀 불안해한다.

◇ 정관용> 그렇게 자유이동좌석으로의 변화 이전에 아까 말씀하신 그런 감시형 사무실 시스템에서 조금 변화를 준 게 이렇게 저렇게 칸막이, 파티션 이런 것들을 좀 두기 시작한 거 아닌가요?

◆ 유현준> 그건 사실 맞습니다. 자기만의 프라이버시를 만들기 위해서 그런 칸막이 높이가 어떻게 보면 그 조직의 프라이버시를 어느 정도 허용하느냐의 척도로 되는 거죠. 그러니까 저희 설계사무소 같은 경우에는 칸막이는 없어요. 그런데 대신에 이 친구들이 칸막이가 없으니까 모니터를 큰 걸 여러 개를 사요. 그래서 거의 그거를.

◇ 정관용> 모니터가 칸막이가 되는 거군요. 대신에 그 모니터를 상급자가 들여다보지 못하는 방향으로 틀어놓고.

◆ 유현준> 가급적이면 앵글을 그렇게 틀려고 하죠.

◇ 정관용> 그렇죠. 왜 칸막이를 안 해 주세요?

◆ 유현준> 일단 좁아 보여서 안 합니다, 저는.

◇ 정관용> 감시하려고 안 해 주시는 거 아니에요?

◆ 유현준> 저는 감시할 틈도 없어요, 별로. 그런데 감시라기보다도 이게 칸막이를 너무 나누게 되면 안 그래도 좁아 보이는 조그마한 사무실인데 너무 좁게 느껴지기 때문에 그 부분이 좀 불편해요, 저는.

사무용 칸막이 (사진=연합뉴스 제공 / 11번가)
사무용 칸막이 (사진=연합뉴스 제공 / 11번가)

◇ 정관용> 꽤 오래전 연구입니다마는 제가 그런 연구를 본 적도 있거든요. 그렇게 칸막이를 했을 때의 업무 효율과 그것이 없을 때의 업무 효율. 그럼 보통은 감시, 감독당하는 거 싫으니까 딱히 하급자일수록 칸막이를 원하는데 그래서 칸막이를 해 주면 업무 효율이 올라가느냐? 꼭 그렇지도 않더라 이런 연구들도 있었거든요.

◆ 유현준> 부장님이 좋아할 만한 연구네요.

◇ 정관용> 왜냐하면 칸막이가 생기면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보장되지만 동시에 감시로부터 자유로워지기 때문에 업무 시간에 딴짓을 하는 사람들도 많아지더라 이런 거 아닐까요?

◆ 유현준> 충분히 그런 거 있고요. 반대되는 연구도 있습니다.

◇ 정관용> 어떻게요?

◆ 유현준> 그러니까 너무 오픈돼 있으면 자기가 집중해서 일을 하다가 주변 사람들이 시끄러워서 집중력이 흩어졌다가 다시 그걸 집중하려고 하는데 거의 한 45% 정도의 시간을 쓰고 있다. 그런 얘기도 해요.

◇ 정관용> 연구 결과가 많이 다르네요. 일의 성격에 따라 또 다를 수 있겠네요.

◆ 유현준> 제일 중요한 것은 그겁니다. 어떤 업종에 따라서요.

◇ 정관용> 어떤 업종 그리고 그 업종이 팀플레이를 위주로 하느냐 개인플레이를 위주로 하느냐 또 그 사람이 맡은 업무의 성격이 어떤 거냐 다 다르겠네요.

◆ 유현준> 다 다르죠. 관리자로 갈수록 사실은 자기 자리 있을 필요도 없고 랩탑만 들고 가서 서류만 결재해 줘도 되는 사람이기 때문에 훨씬 자기 자리에서 자유롭고 사실은 실제로 밑에서 프로덕션을 해야 되는 사람들은 또 그러지도 못하고 그런 차이는 있습니다.

◇ 정관용> 아무튼 높은 사람이 혼자만의 방에 틀어박혀 있던 곳에서 점점 높은 사람이 오히려 밖으로 나온다. 열린 사무실. 그래서 소통을 중시하는 이런 것은 하나의 유행처럼 또 있었어요, 한동안. 그렇죠?

◆ 유현준> 무늬 없는 사무실을 한다든지 투명한 유리로 한다든지 그런 것들이 많아졌죠.

◇ 정관용> 그러나 것은 효과가 있는 거 아닐까요. 그래도 소통.

◆ 유현준> 아무래도 소통에는 효과가 있겠죠. 그런데 현대 오피스 디자인 할 때는 사실은 제일 중요한 건 퍼블릭 스페이스죠. 그러니까 탕비실을 비롯한 우리가 공영공간으로 쓸 수 있는 그런 공간들이 얼마나 잘 꾸며져 있는가 제일 중요한 것 같습니다.

◇ 정관용> 그건 뭐죠?

◆ 유현준> 그러니까 보통 일반적인 오피스에 가서 보시면 다 이렇게 자기 자리가 있고 회의실만 몇 개 있고 끝나는데 그리고 탕비실 같은 경우가 사실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좋은 자리잖아요.

◇ 정관용> 그런데 아주 구석에 처박아놓죠.

◆ 유현준> 구석에 그냥 벽만 창문도 없는데 빨리 가서 커피믹스 타고 나오는 그런 정도로 돼 있는데 사실은 좋은 오피스일수록 그런 탕비실 같은 걸 아일랜드 키친식으로 만들어줘야 돼요. 그래서 얼굴을 마주볼 수 있게 해 주고 그리고 창가 뷰도 좋아서 사람들이 더 머무를 수 있게 해 주고 또 좋다면 바나나 같은 먹을 걸 두는 데도 있습니다. 그래서 더 사람들을 끌어모을 수 있고 그런 경우도 있고.

◇ 정관용> 오래전이지만 회사 건물을 지을 때 대부분 구내식당을 지하에다 뒀어요, 초창기에는. 그러다가 제일 높은 스카이라운지층을 구내식당으로 하는 회사들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이런 거 얘기하시는 거죠?

◆ 유현준> 맞습니다. 그게 제일 좋은 거죠. 누구나 쓸 수 있는 공간은 제일 좋은 뷰를 제공해 줘야지. 사실 그 공간을 제일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죠.

◇ 정관용> 그렇죠. 그런데 괜히 제일 높은 층에는 높은 사람이 있어야 될 것 같다.

◆ 유현준> 그거는 구시대적인 생각인 거고요. 그러니까 우리나라 서울만 보더라도 남산타워가 제일 높은 위치잖아요. 남산 플러스 거기다가 건물까지 하니까. 남산타워 꼭대기에 아무나 다 올라갈 수 있다라는 것은 그 얘기는 결국에는 우리나라 사회가 그만큼 민주화된 거다 그렇게 볼 수 있는 거죠. 그 시점이 가장 높은 시점을 가진 사람들이 어떤 시민이냐. 그러니까 그게 시민계층이냐 아니면 권력자냐. 대표적인 사례로 본다면 베를린에 있는 국회의사당 건물이 있어요. 국회의사당 건물이 옛날 오래된 건물을 그걸 통일 독일이 되면서 만들었는데 거기 돔이 있을 거 아니에요, 유리로 된 돔이. 그 돔의 그걸 전망대로 만든 거예요. 밑에서는 국회의원들이 회의를 하고 위에서 국민들이, 일반 시민들이 내려가. 밑을 투명한 유리창으로 해서 거기를 감시할 수 있게 해 놨어요. 그러니까 바깥 뷰도 다 베를린 시내도 구경을 다 하고 그리고.

◇ 정관용> 의원들이 일하는 모습도 감시한다?

◆ 유현준> 그러니까 거기는 진정한 민주적인 공간인 거죠. 우리나라 국회의사당도 그렇게 하면 좋을 것 같아요.

◇ 정관용> 그러네요. 그러네요. 또 최근에 파격적으로 사원복지를 한다더라 이런 회사들 최근에 TV 프로그램 같은 데 소개하는 거 보니까 정말 무슨 게임기도 설치해 놓고 그리고 소파 같은 것도 갖다놓고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공간, 직원들이. 이런 데들을 사무실에 거의 한복판을 차지하게 해 놓더라고요. 다 어찌 보면 미국의 구글 캠퍼스 이런 데서 배워온 거기는 하지만. 그런 건 도움이 되는 겁니까?

◆ 유현준> 그건 업종마다 다른 것 같습니다. 아까 말씀하신 대로 이게 만약에 집중력을 높이는 일만 해야 된다면 사실은 그건 별로겠지만 어쨌든 자기 업무시간이 아닌 혹은 자기 집중력을 키우기 위해서 그런 거에서 스트레스를 풀고 오는 그런 것은 좋겠죠. 그리고 취침실 같은 거 있는 거 되게 도움 되는 것 같아요. 제가 디자인 하는 그런 것들은 항상 약간 누울 수 있는 데를 만들어놓거든요. 커튼을 쳐서 프라이빗하게 만들고 거기서 쉴 수 있게 하는 것들도 좋은 것 같고.

◇ 정관용> 가장 좋은 사무공간을 요약해서 정리한다면 유현준 교수가 보기에 어떤 겁니까? 어떤 요소들이 결합돼야 됩니까?

◆ 유현준> 일단은 자연을 많이 볼 수 있게끔 해 주면 좋을 것 같고요. 그런 자연의 접근성.

◇ 정관용> 참 도심숲에서 쉽지 않죠.

◆ 유현준> 그러니까 발코니를 많이 만들면 돼요.

◇ 정관용> 발코니. 요즘은 건물 안에 중정 두는 데가 많이 생기더라고요.

◆ 유현준> 그런 데도 있죠. 아모레퍼시픽 사옥 같은 경우에 중간중간에 큰 중정들이 들어가 있는 데도 있고요. 법적으로는 사실 저희가 발코니는 1m 넘게 뽑을 수는 있거든요. 그래서 거기 나가서 바깥공기를 마시면서 쉴 수 있게 해 주면 제일 좋을 것 같고요. 공용공간이 가급적이면 제일 좋은 공간이 있어야 될 것 같고 수평적으로 사람들이 많이 만날 수 있게끔 너무 수직형의 공간이 아니고 여러 층으로 나눠지기보다는 그러니까 수평적으로 넓으면 좋을 것 같고. 만약에 도심 속에다가 만약에 큰 사옥을 짓는다면 몇 개의 복층 공간을 만들어서 가운데 만약에 아트리움 같은 걸 뚫는다든지 한다면 그러면 7층에서 6층도 보이고 건너편의 사람도 보이고 서로 마주볼 수 있는 공간이 되면 조금 더 이 공동체의식. 제가 말하는 밥상머리 사옥이라고 하는 건데. 마주보는 그런 공간 구조가 나오게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 정관용> 정말 머리를 써서 그런 사무실 설계를 하는 분들은 사람과 사람이 각 다른 부서에 있더라도 움직이면서 부딪힐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이런 것까지 신경을 쓰더라고요.

◆ 유현준> 그럼요.

◇ 정관용> 거기서 소통하도록.

◆ 유현준> 제약회사에서 실험을 한 게 하나 있어요. 신약 개발에 성공하는 창의적인 사람들은 어떤 특징이 있느냐 봤더니 행동패턴이 쓸데없는 사람과 잡담을 많이 하더라. 그래서 옆의 부서 사람들하고 떠든다든지 아니면 우편 배달하는 사람들하고 떠든다든지. 그래서 되게 새로운 자극들을 많이 받는 사람들이라는 거예요. 창의적인 환경이 되고 싶으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그런 평면구조를 짜줘야죠.

(자료사진=연합뉴스 제공)
(자료사진=연합뉴스 제공)

◇ 정관용> 코로나 시대에 재택근무하면서는 또 달라지죠.

◆ 유현준> 그거는 되게 우리가 앞으로 관심 있게 봐야 될 부분인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집에서 일을 하고서 본인은 그냥 업무만 완성하면 된다라는 가정 하에 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사실은 저희가 시간을 맞춰서 불편하게 출근은 하지만 거기에 가는 것 때문에 공동체 의식이 되게 강해지거든요. 집에서 일을 하게 되면 사실 프리랜서로 일하는 사람과 정직원과의 구분이 모호해지거든요. 그러면 아마 고용주 입장에서 봤을 때는 점점점 프리랜서로 바꾸려는 성향이 생길 것 같아요.

◇ 정관용> 고용의 불안정성은 높아지겠군요.

◆ 유현준> 그렇죠. 그리고 많은 사실 대한민국 사회 안전장치라는 게 직장을 중심으로 많이 짜여져 있기 때문에 의료보험제도라든지 연금제도나. 그런데 프리랜서의 퍼센테이지가 높아지면 사실은 일자리 안정성은 떨어지게 되고. 그래서 그런 것에 대비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 정관용> 그리고 또 재택근무가 보편화되다 보니까 철저히 실적 위주로 평가하게 되면서 오히려 직장인들한테 나빠진다는 얘기도 많이 있더라고요.

◆ 유현준> 그 얘기해요. 팀장들한테 설문조사를 해 보면 재택근무해서 누가 무슨 일을 하는지 명확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그러니까 어물쩡하고 묻어가던 사람들이 너무나 눈에 띄기 시작을 한다. 그런 사람들이 사실은 전체라는 조직 하에서 약간 보호받던 장치들이 많이 없어지게 될 수도 있는 거죠.

◇ 정관용> 이제 새로운 변화. 재택근무까지 포함해서 사무공간의 업종별 어떤 새로운 모델이랄까. 이런 게 우리 모두가 같이 풀어야 할 숙제로군요. 건축 설계하시는 분들도 이 숙제에 크게 봉착하게 됐습니다.

◆ 유현준> 그런 고민 안 할 수가 없는 것 같습니다.

◇ 정관용> <스페이스 오딧세이> 홍익대 건축도시대학 유현준 교수였어요. 고맙습니다.

◆ 유현준> 감사합니다.

js8530@hanmail.net

▲장마와 연이은 태풍으로 수많은 사과들이 떨어져있다. 사진제공=심천택
▲장마와 연이은 태풍으로 수많은 사과들이 떨어져있다. 사진제공=심천택

[쿠키뉴스] 김동운 기자 = 민족 대명절 추석을 앞두고 있지만 농민들은 냉가슴을 앓고 있다. 추석 대목임에도 불구하고 올해 초 찾아온 냉해와 장마·태풍으로 인한 자연재해 피해로 농작물 출하조차 제대로 안되는 상황이다. 여기에 더해 농작물재해보험조차 실질적인 도움이 안되고 있다. 이에 농업계에서는 농작물재해보험이 현실에 맞게 재조정 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경상북도 청송군에서 1만6000평 규모 사과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심천택씨는 올해 초 찾아온 냉해와 연이은 집중호우·태풍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 그는 자연재해로 입은 피해를 보상해주는 농작물재해보험에 가입된 상황이다. 하지만 수억원이 넘는 피해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1만6000평 규모의 사과농장을 운영하면서 농약값으로 3400만원을 지출하고, 한 해에만 자부담으로 내야하는 보험료가 1200만원인데 자연재해로 지급받은 보험금은 5600만원에 불과하다”며 “자연재해로 입은 피해 보전은 커녕 당장 내일 먹고살 방법조차 없어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심 씨는 농작물재해보험이 국내 농업계의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심 씨는 “자동차 사고같은 경우에야 운전자 본인 책임도 있는 부분도 있다보니 보험료가 오를 수 있다지만, 태풍이나 냉해와 같은 자연재해는 농민들의 원해서 찾아온 것도 아닌데도 불구하고 보험금 지급 후 보험료가 올라간다”며 “농작물재해보험을 자동차보험과 같이 단순 ‘손해보험’ 형식으로 운영하다 보니 농민들에게 제대로 된 손해보상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자연재해로부터 농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한 것이 농작물재해보험 제도지만, 농업인들의 불만이 큰 상황이다. 농작물재해보험이 농업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부터 사과, 배, 단감, 떫은감 등 과수 4종의 적과(가려내기) 전 피해 보상률을 80%에서 50%로 일방적으로 하향조정했다. 농민들의 자부담 비율 20%을 더할 경우 실질적인 보상금액은 30%에 불과하다. 1억원 규모의 사과농사 전부를 망쳤다고 하더라도 자부담을 제외한 보상금액은 약 3000만원 수준에 그치는 셈이다.

또한 대파나 양배추, 블루베리와 같은 일부 품목들은 특정 지역에서만 가입할 수 있거나 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방법조차 없어 해당 작물을 재배하는 농민들은 자연재해 피해를 고스란히 감내할 수밖에 없다. 

심지어 보험 가입이 되는 품목조차 품종에 따라 보험 가입이 거절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보험사업자가 농업정책보험금융원과 협의할 경우 특정품종을 보험대상에서 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찰옥수수’는 농작물재해보험 가입이 가능한 반면 ‘초당옥수수’는 보험가입이 불가능하며, 일반콩은 보험 가입 품목이지만 완두콩이나 땅콩은 보험상품 가입이 안된다는 식이다.

이같은 문제들로 인해 농작물재해보험은 농민들에게 외면받고 있다. 지난 2011년 농작물재해보험 도입 후 9년간 정부 및 지자체에서 적극적으로 농작물재해보험 가입을 독려하고 홍보활동을 지속해왔지만, 지난해 기준 가입률은 38.9%에 그치고 있다.

농업계에서는 농작물재해보험을 한국 농업계의 현실에 맞도록 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서용석 실장은 “농작물재해보험 가이드라인을 합리화하고 농민들의 가입률을 끌어올리는 것이 시급하다”며 “현장에서 농업인들이 체감하는 피해와 와서 손해사정사가 보는 기준이 틀려 괴리가 발생하고,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한 농업인들이 농작물재해보험을 외면하는 악순환이 계속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농작물재해보험의 보장 내역과 세부사항들을 새로 신설하거나 고칠 때 농민들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도록 만들고, 일반 손해보험과 다른 운용방식이 필요하다”며 “농작물재해보험 품목을 전 작물로 확대하고, 매년마다 갱신해야 하는 형태가 아닌 중장기적인 보험 기간 설정 등으로 농민들을 위한 농작물재해보험으로 변화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chobits3095@kukinews.com

“지옥이 따로 없어요”
충남 아산에서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50대 여성 A씨의 목소리는 아직도 떨렸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월 시장을 찾았을 때 “경기가 거지 같아요”라고 말했다가 문파(文派)들의 집중 공격을 받았다. “대통령에게 욕을 했다”는 이른바 ‘불경죄’가 공격의 이유였다.

지난 21일 만난 A씨는 “많은 사람들이 반찬가게로 찾아와 욕을 하고 괴롭혔다. 창피하고 죽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 방문 직후, 한 달 가량은 아예 반찬 가게를 비울 정도로 정신적 충격이 컸다. 1차 공격은 기사에 달린 악플이었다. “어리석은 아줌씨가 마음이 고약해 잃을 게 많아 보인다”와 같은 인신공격성 댓글이 쏟아졌다. A씨의 휴대전화 번호가 문파들 사이에서 공개되며 몇 분 간격으로 ‘발신번호 표시제한’ 전화가 걸려오는 일도 있었다. 새벽 1시가 넘어서도 전화벨이 울렸다. A씨는 “휴대전화를 쓸 수 없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가장 무서웠던 건 직접 가게를 찾아와 욕하는 이들이었다. A씨는 2~6월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았다.

“어떤 사람이 찾아와 옆에서 반찬가게 사진을 찍으면서 욕을 했어요. ‘대통령에게 왜 욕을 했느냐’며 몰아세웠습니다. 스마트워치(누르면 경찰관이 호출되는 기기)를 누르려고 했는데 떨려서 누르지 못했어요. 너무 놀라서 어떤 방법도 생각이 안 났거든요. 지금도 그 때 기억에 심리적으로 힘들어 출근하지 못할 때가 많아요.”

4월엔 퇴근길에 위협을 받았다. A씨는 “키가 무척 큰 남성이었다. 오후 7시쯤 퇴근해서 집에 가는 도중에 갑자기 불쑥 튀어나와 ‘대통령에게 왜 욕을 했냐’며 위협했다. 지금도 그 공포감이 갑자기 생각이 나서 누군가 가게 앞에 서있으면 너무 무섭다”고 말했다. 악플을 달았던 100여명 이상을 모욕죄 등으로 고소한 A씨는 “고통이 너무 컸다. 선처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월 오후 충남 아산시 온양온천 전통시장에서 상인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월 오후 충남 아산시 온양온천 전통시장에서 상인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A씨처럼 문파에게 ‘좌표’가 찍혀 고생한 사례는 각 분야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가수 JK김동욱은 지난 14일 트위터에 “Choo하다 Choo해”라는 글을 올렸다 문파의 비난이 폭주하자 계정을 폐쇄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겨냥한 트윗이라는 게 공격 이유였다. 그가 음악프로그램을 진행하는 ubc울산방송 인터넷 게시판도 그의 하차를 요구하는 글로 뒤덮였다. 배우 박하나씨도 2월 인스타그램에 코로나19와 관련 “재앙과도 같은 이 힘든 시기를 우리 모두 잘 이겨내봐요!”라고 썼다가 게시물을 삭제했다. ‘재앙’이라는 단어가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며 문파의 비난이 폭주한 탓이었다.


공론장의 이견에 관용 없는 문파

문파들의 위협, 어떤 결과 낳았나.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문파들의 위협, 어떤 결과 낳았나.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문파의 이같은 공격적 행태는 ‘공론장’의 다양성을 심각하게 훼손한다. 진보 성향 정치평론가 김수민씨가 지난해 8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명에 반대했다가 출연하던 방송 4곳(팟캐스트 3곳, 지상파 라디오 1곳)에서 하차한 게 대표적 사례다. 문파들은 그가 출연하던 방송 게시판에 몰려가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가겠네” 등 악플 세례를 퍼붰다. 옥탑방에 살았던 그의 과거 사생활까지 캐내 “그러니까 옥탑방 살지. 옥탑방에서 얼어죽어라” 등 인신공격성 악플을 다는 이도 있었다고 한다.

김씨는 “팟캐스트는 운영에 부담이 될 것 같아 좌표가 찍힌 직후 자진하차했다. 지상파는 제작진이 ‘하차하지 말라’고 해 버텼지만, 10월에 오히려 방송사 측이 하차를 요구했다. 청취율에 민감한 방송국 입장에서 방송할 때마다 악플을 퍼붓는 문파의 화력을 견디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0여 년 전에는 박사모에게서 이런 일을 당했는데, 똑같은 일을 반대 진영에서 당하다니…”라며 씁쓸해했다.

문파들은 아군으로 여겼던 진보 언론이 ‘다른 목소리’를 내면 더욱 민감하게 반응한다. 문파들은 아군으로 여겼던 진보 언론이 ‘다른 목소리’를 내면 더욱 민감하게 반응한다. 뉴스타파는 지난해 7월 윤석열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당시 윤 총장이 변호사 소개를 알선했다는 취지의 통화녹음을 공개했다가 후원자 3000여명 가량이 후원을 끊는 바람에 큰 곤욕을 치렀다. 지금은 정반대가 됐지만 당시만 해도 적폐청산 수사 직후라 청와대가 윤 총장을 적극 옹호하던 시점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뉴스타파가 윤 총장에게 불리한 보도를 하자 일부 문파들이 격렬히 반발한 것이다.

2017년에는 안수찬 전 한겨레21 편집장이 문 대통령 표지 사진 때문에 문파들과 논쟁을 벌이다가 페이스북에 “굳이 달려드니 어쩔 수 없이 대응해줄게. 덤벼라. 문빠들”이란 글을 써 논란이 일었다. “극렬 문빠 중 한 사람이자, 한겨레에 칼럼 쓰고 있는 사람으로서 정중히 여쭙겠다. 도대체 가만히 있는 ‘문빠’들한테 자꾸 왜 이러십니까? 답변 부탁드린다”(이정렬 전 판사)며 유명 인사들도 안 전 편집장 압박에 나섰다. 안 전 편집장은 결국 사과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같은 현상의 배경으로 “사람들은 옳은 말을 하는 기사를 원하는 게 아니라 듣고 싶은 말, 재미있는 말을 해주는 기사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거짓말이라도 듣기만 좋으면 되는 것”(『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이라고 해석했다.


사법부 직접 압박으로 재판 영향 우려도

23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 서초대로에서 열린 사법적폐청산 범시민연대 주최 '정경심 구속영장 기각 촉구 집회'. [중앙포토]
23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 서초대로에서 열린 사법적폐청산 범시민연대 주최 ‘정경심 구속영장 기각 촉구 집회’. [중앙포토]

법조계에서는 사법부에 대한 문파의 직접 압박에 주목한다.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구속영장 실질심사가 열렸던 지난해 10월23일 서초동에서 열린 ‘구속영장 기각 촛불집회’는 사법부 직접 압박의 상징적 장면으로 꼽힌다. 당시 이들은 “무사귀환 정경심. 사법부를 개혁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성창호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 역시 지난해 1월 김경수 경남지사를 법정구속한 뒤, 법원으로부터 신변보호 조치를 받았다. 판결 직후 여당에서 “양승태 적폐 사단이 조직적 저항을 벌이고 있다. 국민에 의해 제압될 것”(홍영표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이라는 반응이 나온 데 이어, 문파 일부가 성 부장판사 얼굴을 인터넷에서 공개하며 과격한 비난 댓글을 달았기 때문이다. 법정에서도 문파 방청객들이 “재판장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수하”라며 소란을 피웠다.

법조계에선 문파들의 이런 행동이 실제로 재판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우려한다. 아예 수상한 낌새가 보이면 선제적으로 SNS를 차단하는 이들도 있다. 2018년 1월 사법농단 진상조사 과정에서 판사 개인PC를 영장 없이 열어보는데 반대하며 ‘김명수 대법원’ 체제에 쓴 소리를 던진 김태규 부산지법 부장판사가 그런 케이스다. 김 부장판사는 “나를 욕하는 집회나 기사 댓글은 그냥 신경을 쓰지 않는다. 반면 페이스북에서는 이상한 낌새가 보이면 바로 차단한다”고 말했다. 그는 “판사는 이해관계 첨예한 사안에 결정을 내리니 멘탈이 굳건해야 하는 게 기본”이라면서도 “요즘처럼 판사에 대한 위협이 일상화하면 당연히 판결에도 영향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문파의 전방위적 공격 배경에는 ‘팬덤문화’와 ‘정치양극화’가 깔려있다고 분석했다. 정치컨설팅그룹 ‘민’의 박성민 대표는 “경쟁자에 대한 공격을 포함하는 팬덤이 정치문화로 자리잡고, 양극화로 분노와 증오가 확산하며 이견에 대한 공격 성향이 강해졌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자신들의 공격에 힘 센 사람이 휘청이는 모습에 일종의 효능감을 느낀 것도 공격성의 확산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폭력적 방법은 자제 시켜야 할 정치인들이 이같은 행동을 ‘양념’ ‘에너지원’이라고 부추기는 건 사회를 폭력으로 몰고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문파의 공격은 조직화된 전략적 행동이다. 현 정부에 반하는 인사들을 적폐·수구로 낙인찍어 사회 주류를 교체하겠다는 의지가 녹아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영익 기자, 김수현 인턴기자 hanyi@joongang.co.kr

국토부 산하 수주 50건 중 42건, 2413억원 매출..일반 7건뿐
“공개 경쟁” 해명과 달라..진성준 “특정 기술 조건, 이해충돌”
박 의원, 국민의힘 자진 탈당 “무소속으로 진실 밝힐 것” 반박

[경향신문]

가족 기업이 피감기관에서 수천억원대 특혜 수주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이 23일 국회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마친 후 인사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가족 기업이 피감기관에서 수천억원대 특혜 수주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이 23일 국회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마친 후 인사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피감기관들로부터 공사를 특혜 수주한 의혹을 받고 있는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의 가족 회사가 지난 10년간 국토교통부 및 산하기관에서 경쟁업체가 상대적으로 적은 ‘제한입찰’로 따낸 공사 일감이 전체 실적의 80%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개경쟁 입찰이라 특혜는 없었다’는 해명과 배치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박 의원은 23일 의혹을 부인하며 탈당했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부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박 의원 일가가 운영하는 혜영건설·파워개발·원하종합건설·원하레저·원화코퍼레이션 등 5개 업체는 최근 10년간 국토부와 한국도로공사·한국토지주택공사·한국철도시설공단 등 공공기관에서 총 50건의 공사를 도급받았다. 수주 방식을 보면 ‘제한입찰’이 총 42건이었다. 제한입찰을 통해 올린 매출은 2413억원으로 10년간 총매출(2793억원)의 86%를 차지했다. 누구나 참가할 수 있는 ‘일반입찰’은 7건, 수의계약이 1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박 의원이 국토부를 피감기관으로 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으로 재직한 2015년 4월 이후 5개 업체가 수주한 국토부 등의 관급공사는 총 25건이었다. 22건이 제한입찰이었다. 이 기간 제한입찰로 올린 매출은 총 571억원으로 전체 매출(773억원)의 73%를 차지했다.

이는 ‘공개경쟁을 통한 입찰로 수주받은 것이라 특혜는 없었다’던 박 의원의 해명 취지와 거리가 먼 대목이다. 제한입찰은 발주처가 입찰공고를 낼 때 입찰 참가자 자격을 제한하는 방식을 가리킨다. 업체의 소재지나 특정 공사를 시공할 수 있는 면허 여부, 공사 실적, 발주처가 요구하는 특정 공법·기술 등을 참가조건으로 삼는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기자회견에서 “전체적으로 제한경쟁 입찰이 많이 활용되지는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한 바 있다.

진 의원은 “박 의원은 전문건설협회장 등을 지내며 ‘입찰담합’을 주도해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어 (경쟁 무력화 여부를) 꼼꼼히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본인은 ‘제한입찰이라 해도 복수 참가자가 경쟁하는 것’이라고 해명할 수 있겠지만, 그는 국토위 재직 당시 ‘건설 신기술 활용’을 강조하면서 특정 신기술 특허를 가진 전문건설업체들에만 일감이 떨어지도록 환경과 조건을 만드는 역할을 한 것”이라며 “명백한 이해충돌”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탈당을 선언했다. 그는 “더 이상 당에 부담을 주지 않도록 당적을 내려놓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다만 “부정청탁이나 이해충돌 행위는 없었다”며 “무소속으로 부당한 정치공세에 맞서 끝까지 진실을 밝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 의원의 갑작스러운 탈당에는 지도부의 의중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진상조사특위를 구성해 조사에 나서겠다던 국민의힘은 박 의원 탈당으로 정치적 부담을 덜게 됐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반성도 사과도 없이 본인의 억울함만 토로하는 기자회견”이라며 “국민 앞에 사죄하고 국회의원직을 사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범·심진용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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